편집성 성격
편집적 사고는 그 자체가 병적인 것은 아니며 또한 저절로 병적이 되는 것도 아니다, 편집-분열 포지션은 평생에 걸쳐서 인간정신 안에 존재하는 조직화된 경험의 기본적 양식인 것이다. 이 양식에서는 위험하거나 불쾌한 사고나 느낌은 분리되고 외부로 투사되며 타인의 탓으로 돌려진다.
편집- 분열포지션의 특성에 대하여 이해하는 것이 편집성 환자를 이해하는데 필수적이다. 분열이 중심적 방어기제 중 하나이다. 동일한 대상에 대해 사랑과 증오를 함께 느끼면 이는 반드시 서로 분리된다. 통합을 하려는 어떠한 움직임도 증오가 사랑을 압도하고 파괴시킬 것이라는 공포로부터 발생한, 견딜 수 없는 불안을 일으킨다. 편집성 환자의 입장에서는 감정적으로 생존하기 위해서는 모든 악한 것을 분리시켜서 이를 외부의 인물들에게 투사하지 않으면 안된다. 이런 방어방식의 한 표현으로 공격자와 희생자의 정상적 내부 세계가 환자의 인생경험으로 변형되며, 이러한 경험세계에서 편집성 환자는 지속적으로 외부적인 공격자나 박해자들에 대응하는 희생자의 역할을 유지한다. 따라서 환자가 가지고 있는 세계에 대한 관점은 함입물들 사이의 내적 긴장을 완화시킨다. 만일 편집성 환자가 자신이 투사한 것을 재내재화 하도록 강요받는다면 내적 긴장이 증가되어 결국 경직과 방어성은 증가하게 될 것이다.
편집-분열위상의 또 다른 특징은 타인에 대한 환자의 경험에 지속적이지 못하다는 것이다. 즉 어떠한 관계도 장기간 지속되는 것으로 인식되지 않는다, 오히려 환자는 순간의 지각만을 가지고 있을 뿐이다. 편집성 인격장애 환자는 결국은 타인들이 속임수를 쓸 것이고 자신의 의심이 확인될 것이라는 믿음을 가지고 모든 관계에 접근한다. 편집-분열의 존재양식에서는 세상이 믿을 수 없고 예측할 수 없는 이방인들로 가득 차 있다는 신념과 관련된 불안이 해소되지 않는 상태에서 환자는 살고 있는 것이다. 안정되고 도움이 되는 치료자가 오랜 기간동안 편집성 환자와 작업을 해왔을 때조차도 환자는 단 한가지 사소한 실망으로 인하여 치료자의 과거 행동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흔들리지 않는 신념으로 치료자를 신뢰할 수 없다고 느낀다. 치료자의 정제가 폭로되는 것이다. 따라서 과거에 어떤 사람과의 좋은 경험은 현재의 상황으로 인하여 완전히 지워질 수도 있다.
경험은 글자 그대로 가치만을 갖게 된다. 편집성 인격장애 환자들은 “ 이사람이 나를 해치려고 하는 것 같다”는 식으로는 생각하지 못한다. 대신 그들은 “ 이사람이 나에게 악의를 가지고 있고”고 알 뿐이다. 치료자와의 전이관계에서도 편집성 환자는 마치 제 아버지가 그랬던 것처럼 내게 가학적인 일 것이라고 생각하고 이러한 생각에 따라 제가 선생님께 반응하고 있다고 느켜집니다.‘“라고 표현하지 못한다. 환자는 그거 단순히 치료자를 가학적이라고 경험할 뿐이다. 느낌이란 환자의 개인적 창조물이 아니라 느낌 그 자체인 것이다. 환자가 정확하게 해석할 수 있고” 마치-처럼“의 관점에서 상징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중재적 자기를 발달시키고 나서야 비로소 우울위상으로 들어가게 된다.
편집성 인격장애에 있어서 두 가지 중심적 방어기제는 투사와 투사적동일시이다. 투사는 내적인 위협을 외적 위협으로 대치시킨다. 투사적 동일시는 거기서 한단계 더 진행되게 한다. 즉 외향화된 위협에 더해서, 고도로 병적인 방식으로 자신과 주위 사람들을 결합시킴으로써 그들을 제어한다. 타인을 제어해야 하는 필요성은 편집증의 핵심에 있는 낮은 자존감을 반영한다. 더 깊이 들어가보면 편집증 환자는 자신을 열등하고 약하고 무능하다고 느낀다. 따라서 이들 환자에게서 흔히 보이는 우월감이나 특별하다는 느낌은 열등감을 메우기 위한 보상적 방어로 이해될 수 있다. 실제로 치료를 원하는 환자들은 편집적으로 과대적인 방어에 실패하고 기존에 있던 부족감이 전면에 드러나는 결과로 발생한 우울이나 불안의 감정을 가지고 있다.
편집적 인격장애 환자의 마음속에 있는 낮은 자존심 때문에 이들은 계급이나 권력의 문제에 대하여 예리한 조율감각을 발달시킨다. 이들은 권위적인 사람들이 자신을 업신여기거나 복종하기를 기대할 것이라는 생각에 대한 관심을 갖는다. 그들은 자신의 자율성에 대한 위협이 어디나 있다고 지각한다. 이들의 마음에 되살아나고 있는 대인관계의 두려움은 바로 자신들이 결국 외부적 통제에 굴복하고 말 것이라는 데서 비롯된다. 즉 자신에게 가까이 하려는 모든 사람들이 은연중에 자신을 능가할까봐 두려워한다. 프로이트가 정신병에 빠진 슈레버 판사의 사례에서 처음으로 기술한 수동적인 동성애적 충동에 대한 공포와도 같이 , 이러한 근심이 드러날 수도 있다. 그러나 모든 편집성 환자가 수동적인 동성애적 충동에 대하여 걱정하는 것은 아니다, 공공연한 동성애와 편집성 인격장애가 한사람에게서 동시에 존재할 수 있으며 또 분명히 동시에 존재하기도 하지만 보다 중요한 점은 오히려 환자가 모든 충동이나 모든 사람에 대하여 항상 수동적으로 복종하게 될 것을 염려하고 있다는 것이다.
성공적 치료를 통하여 투사적 체계의 근저에 존재하는 것, 즉 상당한 양의 우울과 서로 극단적으로 대립하고 있는 자기표상에 대한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이러한 자기 표상을 체계적으로 조사하여, 편집적인 사람은 밖에서 볼때는 요구가 많고 건방지며 남을 잘 믿지 못하고 쉽게 감정적이 되며 낭만적인 측면이 없고 아주 도덕적이며 주위에 대하여 민감하게 경계를 하는 반면, 내적으로는 두려워하고 소심하며 자신마저도 의심하고 쉽게 속고 경솔하며 쉽게 색정광이 될 수 있고 또 인지적으로 실제적 사건을 전체적으로 파악하지 못한다“ 고 결론지었다. 편집성 인격의 이러한 측면을 알고 있는 치료자라면 어렵기는 하지만 보다 쉽게 공감할 수 있다.
대상항상성의 발달의 실패는 편집성 환자의 하나의 특성으로 이것이 환자의 행동과 생각의 많은 부분을 조직하게 된다. 내적 대상 표상과의 사랑하는 관계를 유지하지 못하기 때문에 환자는 사랑의 관계가 위험하고 불안정한 것이라고 믿는다. 대상항상성을 갖지 못한 것과 관련된 공포를 처리하기 위해서 편집성 환자는 자신이 대상과의 사이에 단단하며 신비로운 연결을 가지고 있다는 환상을 만든다. 관계를 형성함에 있어 이들은 극단적인 양자택일을 하지 않으면 안된다. 즉 자신이 관심을 가진 대상이 지속적으로 자신만을 생각해야 하고, 그렇지 않다면 그 사람은 자신과 감정적으로 무관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환자들은 이러한 식의 사고를 결코 참을 수 없다는 사실을 발견한다. 무관심과 연결성에 연관된 불안 때문에 환자들은 자신이 대상들에 대하여 갖는 단단하며 신비로운 연결성의 느낌 안으로 자신의 자유를 기꺼이 제한하고 만다.
참고: 역동정신의학: 하나의학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