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인의 비판이 유독 아픈가요? '내 안의 잔소리 꾼' 때문일 수 있습니다!
우리는 살면서 타인의 비판에 직면할 때가 참 많습니다.
그런데 때로는 그 비판이 필요 이상으로 깊은 상처로 다가오곤 하죠.
왜 그럴까요?
정신분석가 그롯스타인(Grotstein)은 이를 "외부의 비판이 이미 우리 내면에 존재하는 ‘초자아 비판을 다시 상기 시키기 때문"이라고 설명합니다.
외부 비판과 내면의 자기 비판이 마치 힘을 합쳐 우리를 협공하는 것처럼 느껴져, 우리는 이 비판에 압도당 하고 심지어 개인적인 공격으로 받아들이기 쉽습니다.
이때 우리는 외부의 비판자와 우리 내면의 목소리, 즉 '박해자'와 '적'을 명확히 구분하지 못하고 혼란스러운 자기 경계를 경험하기도 합니다.
'박해자'는 제거되지 않은 우리 자신의 모습이고, '적'은 늘 타인이지 우리가 아닙니다.
이러한 우리의 반응은 때로 작은 강아지들이 자신의 작은 몸집을 만회하려는 듯 훨씬 사납게 짖거나 과격하게 행동하는 모습에 비유될 수 있습니다.
반면, 몸집이 큰 강아지들은 오히려 의연하게 비판을 받아들이는 것과 대조적이죠.
일상 속에서도 이런 경험은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볼까요?
회사에서 밤샘 작업으로 공들여 준비한 기획 안이 있습니다. 상사에게 보고했는데, "이 부분은 좀 더 보완이 필요하겠네요. 팀원들의 의견은 잘 반영된 건가요?"라 는 피드백을 들었다고 해봅시다.
안 그래도 평소에 '내가 늘 꼼꼼하지 못하다는 소리를 듣는데…', '이번에도 다른 사람들과 잘 조율하지 못했나?' 하는 내면의 불안감과 자기 비판이 존재했던 상황이라면, 상사의 말은 마치 이 불안감에 기름을 붓는 격이 됩니다.
결국, 상사의 객관적인 피드백이 아니라 '나는 역시 부족한 사람이야'라는 내 안의 초자아 비판과 연합하여 자신을 공격하는 것처럼 느껴지게 되는 것이죠.
이는 상사의 목소리가 아니라, 내면의 목소리가 상사의 말을 통해 증폭되어 더 크게 들리는 현상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상사의 피드백이 있었을 때, 생각하기도 전에 '나는 또 실수했구나',
'완벽하지 못해'와 같은 초자아가 먼저 발동하여 심한 죄책감에 시달리거나 "내가 또 잘못했구나"라고 여기게 될 수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는 때로 "저 상사는 정말 성격이 안 좋고, 늘 부정적인 면만 보는 사람이야!"라고 단정 짓거나, 반대로 "내가 정말 능력이 부족해서 이런 소리를 듣는 거야"라며 스스로 비판적으로 변하기도 합니다.
이는 심한 죄책감이나 공격감을 느끼는 것과 같이, 형태만 다를 뿐 자신의 마음속에서 일어나는 갈등과 본질적으로 유사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것은 '자기 비판'과 '타인의 비판'을 명확히 구분하는 것입니다.
성철 스님의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로다"라는 말씀처럼, 우리는 '이것이 내 목소리인가? 저 사람의 목소리인가?'를 구별하는 지혜가 필요합니다.
만약 자신이 한 일에 대해 충분한 확신과 믿음이 있다면,
타인이 어떤 말을 하든 "저 사람이 지금 화가 났구나", "저 사람은 그렇게 생각하는구나" 정도로 받아들이고 거기서 대화를 마무리 지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나는 아무 짝에도 쓸모없는 사람이야", "나는 왜 이것도 못 할까?", "다른 사람들은 잘하던데..."와 같은 강력한 내면의 자기 비판 목소리가 존재할 때, 타인의 비판은 이 내면의 목소리를 건드려 훨씬 더 큰 반응과 고통을 일으키게 된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