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연 나르시시즘 없이 인간은 존재할 수 있는 것일까? 프로이트의 나르시시즘에 대해 생각해 보면서 이런 생각이 문뜩 머리에 스쳐간다. 그렇다면, 프로이트가 우리에게 말하고자 한 나르시시즘은 어떤 것인가?
나르시시즘이라는 용어가 어디서 왔는지 살펴본다면, 나르시시즘이라는 단어는 물에 비친 자신의 모습에 반해서 물에 빠져 죽었다는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나르키소스의 이름을 따서 네 키가 만든 용어이다. 요즘 같은 현대사회에서 사람들이 흔히 찍는 셀카 행동이 나르시시즘의 한 모습이라고 말할 수 있는데, 이러한 뒷모습에 숨겨진 프로이트가 진정으로 의미하는 나르시시즘은 무엇인가. 자아가 없을 경우 공허해지고, 자기 속에 침몰하고 빠져서 허우적거리다가 익사한다. 나르시시즘의 용어가 유래된 그리스 신화 이야기로부터 우리는 다음과 같은 생각을 해보게 된다. 나르시시즘이라는 이기적인 가면 뒤에는 어떠한 모습이 숨겨져 있는 것일까?
나르시시즘은 우리 인간이 어느 정도 모두 가지고 있는 자기 보조 본능이라는 이기주의를 리비도가 보완해 주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는데, 적절하게 제어된 양의 나르시시즘은 우리의 자아 건강에서 어느 정도 필요하다
인간에게는 본래 이기적인 면모가 있으나, 나르시시즘의 핵심적 문제는 세상을 객관적인 시각으로 볼 수 없고 타인의 입장을 이해할 수도 없으며 바라보려 하지 않는 사고방식의 형태인데, 이런 정도가 병리적인 현상의 나르시시즘으로 나타날 때 문제가 된다. 나르시시즘으로 인해서 타인과의 소통이 어려워지고 타인에 대한 감정이입 능력이 결여된다. 그렇다면, 병적인 나르시시즘의 뒤에는 어떤 모습이 있는 것인가.
조발성 치매와 정신분열증의 이상 정신 환자들을 보자면, 그들은 과대망상증과 외부 세계에 대한 외면이라는 근본적인 특성을 가졌다. 이런 환자들의 경우, 자신의 리비도를 외부 세계의 사람이나 사물로부터 철수시켰다. 그리고 그 외부 대상들을 환상 속의 다른 대상으로 대체시키지도 않는다. 이러한 리비도는 외부 세계로부터 등을 돌리면서 자아에게로 방향을 돌려서 나르시시즘의 태도를 보인다. 여기서의 과대망상증은 새롭게 생성된 것이라기보다는 이전부터 존재해 왔던 상태가 확대되고 더욱 뚜렷하게 나타난 것인데, 리비도의 후퇴로부터 생긴 나르시시즘은 잠복해왔던 나르시시즘에 위에 부가적으로 부착된 나르시시즘의 형태라 볼 수 있다.
프로이트가 말하길, 대상을 향했다가 다시 돌아오는 리비도의 상태에서 자아 리비도와 대상 리비도의 대조를 발견했다. 그는 어느 한쪽의 리비도가 많이 발현될 경우, 다른 쪽을 향한 리비도는 그만큼 부족해질 수밖에 없다고 했다. 리비도가 한 쪽으로 쏠리지 않고 어느 정도의 균형적인 모습을 보일 때에만 건강한 자아가 형성되는데 대상으로의 리비도가 ego에 붙는다면 ego는 더욱 과장되고 나르시 스틱 한 나로 발전하게 된다.
현대사회에서 우리가 흔히 볼 수 있는 부모들의 자식으로의 과잉보호도 나르시 스틱 한 행동이라고 말할 수 있는 가운데, 이런 부모의 사랑이 결국 부모가 오래전에 포기했던 그들의 나르시시즘을 다시 부활시키고 재현시키는 행위라고 볼 수 있다. 어떻게 보면 아이는 부모가 이루지 못한 꿈을 이뤄내야 하는 부모의 ‘아기 폐하’의 지휘에 휘둘리고 있는 불행한 피해자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남자 아이는 아버지를 대신해서 위대한 사람으로 성장하고 여자아이의 경우, 어머니가 이루어 내지 못한 꿈에 대한 보상으로 백마 탄 왕자님과 결혼해야 한다. 자신의 아이를 좋은 학교에 보내고 싶고 좋은 직장을 가지기를 원하는 욕구도 부모 자신이 이루어 내지 못한 꿈을 아이에게 미루는 격이다. 이러한 것들이 부모의 사랑이란 가면 뒤에 다시 살아난 부모의 나르시시즘인 것이다. 이렇게 부모의 나르시시즘으로부터 성장된 아이들이 어른이 되어서 자식을 낳았을 때 또 같은 일이 발생하지 않을 수밖에 없다. 부모의 과장된 사랑이 계속적으로 지속될 경우, 아이는 이러한 부모의 태도를 내면화하게 되고 비현실적이 된다. 그리고 다른 사람의 욕구, 의견, 소망을 객관적으로 볼 수 있는 능력을 얻지 못하게 된다. 부모는 아이를 통해서 부모 자신의 실망을 나르시시즘을 통해서 해결한다. 그리고 아이가 발달 과정 동안 적절한 좌절을 부모로부터 제공을 받지 못하고 무엇이든지 가능하다고 믿게 만들었던 너무 허용적인 부모 밑에서 자란 아이들은 나르시시스트로 자랄 가능성이 높다.
나르시 스틱 한 환자의 경우, 자아가 과장되어 보이지만 내면적으로는 만성적인 공허감 그리고 수치심 속에 쌓여 있다. 나르시시스트들은 본인의 긍정적인 이미지를 유지하기 위해 외부 대상으로부터의 칭찬과 존경에 목말라 한다. 그리고 자신의 자신감을 높이기 위해 과도할 정도로 외부 대상에게 의존해 있다. 자신의 자아는 너무나도 연약하고 내면세계가 안정되어 있지 않아서 외부의 대상에게 쉽게 휘둘리고 좌지우지된다. 나르시시즘의 환자의 경우 자신감은 높지만, 외부로부터 끊임없는 칭찬과 존경을 갈구한다. 여기서의 자신감은 진실된 자신감이 아닌 자아 방어에서 나온 자신감이다. 자신의 자신감이 본인의 내면의 세계로부터 오는 가치라면 굳이 외부 대상에서 자신감을 채우려 하려고 하지 않을 것이다.
자존심은 나르시시즘 환자에게 자아의 크기를 나타내는 표현이라 할 수 있는데 어느 한 사람이 소유하거나 성취한 것들, 그가 경험을 통해 확인한 전능감의 원초적인 느낌의 잔재 등이 그의 자존심을 높여준다. 그래서 자존심은 나르시시즘적 리비도와 아주 친밀한 의존 관계에 놓여 있다. 이것은 다음의 두 가지 근원적인 사실에 의해 뒷받침되는데, 첫 번째로 이상 정신에서는 자존심이 상승되고 전이 신경증에서는 자존심이 떨어진다. 두 번째로 사랑 관계에 있어서 사랑받지 못하면 자존심이 떨어지게 되고 사랑을 받으면 자존심이 올라간다는 사실이다.
사랑을 하는 사람은 자신의 나르시 스틱 한 일부를 상실한 것이고 그 상실된 사르시 즘은 다시 사랑받는 것에 의해서 보완이 된다. 반면, 열등의식은 자아에서 빠져나온 리비도의 많은 양이 다른 대상을 향해 집중적으로 발현된 결과로 발생된 자아의 빈곤, 다시 말해서, 자아의 손상으로 인해서 발생한다.
나르시 스틱 환자들은 자신감이 있어 보이는 겉모습 아래, 사실은 자신의 취약함을 숨기기 위해서 여러 모습으로 자신의 얼굴에 가면을 씌운 것이라고 생각된다. 이들은 정말 어떻게 보면 강렬한 SOS를 세상으로부터 구하고 있지는 않은 것일까. 그렇다면 현대사회의 이런 환자들을 어떻게 우리 정신분석가가 도울 수 있는 것일까? 나르시시스트들 중 몇 명 정도가 과연 본인이 자발적으로 치료를 받으러 가는 경우가 있을까. 거의 없을 것이라고 생각되는 가운데, 치료자를 찾는 나르시시스트의 환자의 경우는 정서적인 공허함의 감정 지원을 받기 위한 것일 것이다. 본인들의 문제점을 자각해서라기보다는 그들의 과거의 과장된 자아상태로 돌아 가려는 목적으로 치료자를 찾을 것이다. 그리고 때로는 그들의 취약점이 노출됐다고 생각되거나 또는 그것에 대한 두려움, 또는 그들의 자아의 우월성이 감소에 대한 두려움에 치료를 중단할 수도 있을 것이다.
Kernberg은 나르시시즘을 ‘너’와 ‘나’의 이미지가 통합되지 못하고 융합된 것으로 보는데 병적인 나르시시즘 환자들은 무조건적인 사랑을 제공해 주지 못한 부모에 대한 구강기 분노가 숨어 있다고 하는데 이 분노는 나르시시스트들을 비판하게 되면 폭발하게 된다. 그리고 분노하여 대상을 무자비하게 평가절하하는데 리비도를 사용한다. 그렇다면 이렇게 자기애적인 경향이 강하고 타인의 세계를 자각하고 이해하지 못하는 나르시시즘의 환자들을 도와주려면 어떤 프로세스들이 필요한가?.정확한 공감과 교류로 환자 내면에 감추어진 열등감과 만날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중요한 것은, 환자 무의식 속에 있는 분노의 기원을 알도록 해줘야 할 것이다. 뿌리를 뽑지 않으면, 효과적이고 만족적인 치료의 결과는 얻기 어려울 것이다. 환자의 과장된 자아는 성격 기능의 분열에 대한 방어이고 어린 시절 애착 인물에 대한 분노에 대한 방어임을 알게 해줘야 할 것이다. 대상을 파트너가 아닌 자신의 부속 몰로 보는데, 개별적인 대상으로 인식하지 못한다. 어린 시절의 지나친 부모의 칭찬과 사랑은 다른 사람이 자신처럼 욕구를 가지고 있는 분리 개별화된 대상이라는 것을 인식하지 못하게 한 것이다.
환자와 치료자의 지속적인 공감과, mirroring, 투사, 투사적 동일시 등을 사용해서 환자가 본인의 근본적인 뿌리를 이해하고 치료자가 초기의 좌절을 재창조해냄으로써 치료 과정을 거쳐 나가야 할 것이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