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달적 편향(developmental tilt)의 임상적 시사점
-환자와 분석가의 관계?
Freud: 과거관계의 재현이고, 원래의 정형화된 것의 새로운 버전.
지금-여기에서의 관계가 중요하지만 반복되는 것이며, 기억을 복구하기 수단.
치료를 위해 인식되어야 하는 기능이다.
관계모델: 분석관계에서의 새로운 것을 강조.
과거는 중요하나 분석가와의 현재관계의 의미를 이해하는 수단.
-새로운 관계를 구성하는 것 안에는 무엇이 있나?
→Fairbairn: 나쁜 대상에 대한 유대를 제거하기 위해서 치료자가 좋은 대상으로 경험되야 함.
그렇다면, 좋은 대상이 된다는 것은 무슨 의미?
→이제까지 경험하지 못한 관계성의 기회를 제공하는 것.
어떤 기회? 발달적 편향으로 붕괴된 모-아간 상호작용 관계에 새로운 경험을 할 기회.
1. 좋은 대상으로서의 분석가
-분석가는 인생주기에 걸쳐 친밀함을 맺는 다양한 차원의 관계성을 제공하는 사람. Bion의 containment, Winnicott의 holding, Mahler의 merger(합병?), Kohut의 이상화를 위한 존경, Klein의 caring impact 등의 개념과 유사하다. 분석 안에서 자신의 병리를 경험하게 하고 발달적 편향이 발달적 변화(개선)로 가도록 이끌어야 한다. 환자의 과거에 누락됐던 것을 수정하고 발달적 갭을 연결해 가야하는데, 이 과정에서 안에서 퇴행이 벌어지고 분석경험의 본질을 왜곡하는 일들이 벌어지게 된다.
-사례1. 온 삶이 괴로웠던 여성(Klein의 논의)
그녀는 모유수유를 받았는데 모든 상황이 달갑지 않았고 자신의 아기시절과 수유상태가 전반적으로 불만족스러웠다는 확신을 가지고 있다. 그녀는 현재와 미래의 무력감과 관련된 과거에 대한 불만이 크다. 어느 날 전화를 걸어 어깨통증이 있어서 치료에 올 수가 없다고 하였고, 다음날 다시 전화를 걸어 여전히 몸이 안 좋지만 다음날 오고 싶다고 하였다. 원래 오기로 한 날로부터 3일 후 나타난 그녀는 불평으로 가득차 있었다. 가정부가 그녀를 돌봐주는 것을 빼면 아무도 그녀에게 관심을 가지고 있지 않았다. 그녀는 갑자기 통증이 오고 오한이 든다고 호소했다. 그리고는 누군가 자신에게 한달음에 와 주기를 바라는 충동적 욕구를 느낀 것에 대해 말하고 어깨를 감싸며 따뜻해질거라 하고는 다시 가버렸다. 그 순간 일어난 것은 그녀가 아기였을 때 누군가 돌봐주기를 바랐지만 아무도 오지 않았을 때 무엇을 느꼈는지를 보여준다.
이런 특징은 그녀가 사람들을 대하는 태도에 반영된 것으로, 젖가슴에 대한 가장 초기의 관계를 보여준다. 돌봄을 바랬던 아기가 만족을 주어야 했던 대상에게 거절당했던 것을 보여주는데, 이것은 젖가슴에 대한 양가적 태도로 드러난다.
위 여성은 자신의 삶과 타인과의 관계에 대해 박탈감과 무력감, 냉소주의적 관점을 지니고 있다. 클라인이 말한 시기심(좋은 것을 망가뜨리고자 하는) 은 그녀의 역동을 잘 보여주고 환자의 삶 전반에 걸친 거절이 누구에게도 자신을 내어주지 못하고, 누구가의 중요한 사람이 되도록 허용하지 않고 유아와 젖가슴의 관계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환원하고 있다. “돌봄받고자 하는 강렬한 욕구는... 궁극적으로 먹을 것을 제공받는 것에 대한 욕망이다” 라고 하였는데, 돌봄받고자 하는 욕구와 관련된 다양한 표현들은 삶의 주기 전반에 걸친 관계에 대한 욕구로 나타나게 되며, 젖가슴에 대한 초기의 갈망은 상징화와 변형을 통해 드러난다고 보았다.
-사례2: Balint 의 20대 후반 여성
학문적 성취와 사회적 인기, 남자와의 관계에 들어갈 수 없는 문제를 가진 여성. Balint는 분석적 과정 안에서 일어난 중요한 관계적 사건에 대하여 “20대 후반 여성의 안에 있는 매력적인 소녀에게 추파를 던진 작업”에 대해 기술하고 있다.
환자는 중요한 결정을 내릴 때의 리스크를 감당하지 못하고 두려움에 빠지고 무기력에 빠진다. 강박적인 성격의 아버지와 가장 신뢰할만한 유대를 맺으며 서로를 이해하고 감사하게 여기고 있었다. 반면, 어머니는 무서운 사람이었고 믿을 수 없는 양가적인 사람으로 여겼다. 이러한 연결이 감지되기까지 2년여의 시간이 지났다. 이 해석을 받아들인 후 그녀는 자신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머리를 안전하게 유지하면서 두 발로 운동장위에 똑바로 서는 것이고, 어린시절 이후로 재주넘기를 할 수 없었다고 말하면서 이것을 하기 위해 부단히 애써왔다고 말했다. 나는 “지금 여기서 해 보면 어떨까요?”라고 말했고, 그녀는 카우치에서 일어서더니 놀라우리만치 완벽하게 재주넘기를 해 냈다. 이런 개입 이후로 정서적, 사회적, 전문적 영역에서 많은 변화가 수반되었고 자유롭고 탄력있는 삶을 살아가게 되었다.
Balint 는 어떻게 재주넘기를 ‘중요한 사건’으로 인식했을까? 그는 퇴행이라 규정하고, “원시적이고 유아적인 행동으로부터 성숙하고 어른스러운 형태가 자리잡게 된 것‘라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왜 유아적이고 원시적인 재주넘기로 돌아간 것인가? 재주넘기는 위험을 감수하고자 하는 의지에 대한 메타포가 상연된 것이고, 결과가 어떻게 될지 알 수 없는 상황으로 빠져본 것이고, 누군가 보는 앞에서 조심스럽게 발을 디디는 것과는 다른 방식으로 행동한 것이다.
그렇다면 이것이 유치하고 원시적인 것일까? 이 행동의 의미는 퇴행이 아니라 명백한 진전이이고 환자의 성숙성과 가능성이 확장된 것이다. 이런 개입은 환자가 자신 안에 갇혀있고 억압되고 침수된 것을 풀어내게 하였고, 분석가의 현존을 그것을 표현하는 것을 촉진했다. 이것은 단순히 나타난 것이 아니라, 초대된 것이다. 환자는 이 초대에 응답하는 능력을 발휘했다.
환자는 강박적이지만 신뢰할만한 아버지와의 가깝게 연결되어 있었고, 수년간 만난 분석가도 강박적이고 신뢰할만했다. 그러나 분석가는 조심성을 요구하는 아버지와는 다르게 행동했다. 그녀를 놀이와 위험에 초대했고 그렇게 함으로써 분석가 스스로도 위험을 감수했다. 분석가는 어느 정도 환자를 유혹했고 환자의 어설픈 유혹에 스스로 응답한 셈이다. 분석가는 체면을 무릅쓰고 관습에 따르지 않고 뭔가 아주 다른 것을 시도했고 알려지지 않았고 알수도 없는 결과를 만들었다. 환자와 분석가는 신뢰성과 신중함을 통해 전이 안에서 강한 애착을 재창조한 것인데, 분석적 상황안에서의 엄중함과 전문성은 환자의 겁많음과 자발성에 대한 깊은 두려움과 상징적 등가물이라고 볼 수 있다. 중요한 사건은 환자의 재주넘기가 아니라 분석가의 초대이며, 스스로 참여하고 관계를 변화시킴으로써 이전의 상태에서 걸어나온 것이다.
환자의 병리는 부모와 그들의 성격 병리에 대한 애착에 굳게 갇혀 있었다. 분석가와 새로운 형태의 관계를 통한 애착과 상호적 발달을 이룬 것은 중요한 변화이다. 이 때 새로운 형태는 유머, 자발성, 위험을 감수하고자 하는 의지로 나타난다. 이것이 시사하는 바는 ①정신병리는 유아의 경험을 잃어버렸다는 관점에서 조명되어야 한다. 관계성의 제한된 패턴으로 일반화하면 안 된다. ②잃어버린 욕구는 부모 안에 있는 것으로 여겨지며 드러나려고 한다.
-성적 충동과 공격충동의 구조적 갈등은 후기 아동기 이후의 발달을 주도한다. 이런 이론에 관계적 이슈가 부가할 때, 말러와 제이콥슨, 컨버그의 이론을 참조해 본다면, 초기의 발달단계의 문제가 퇴행적 잔재로 남아 이후의 삶에 영향을 미친다.
P1: 늘 아무도 나를 원하지 않을 거라고 느껴요. 남편은 섹스를 할 때만 나를 원하고, 내가 좋아서 안은 적이 한번도 없어요.
A1: 누구나 자주 안기고 싶어 지지요. 하지만 언제 가장 그럴 필요를 느낄까요?
P2: 우리가 아기였을 때를 말씀하시는 건가요? 선생님이 저에게 성적으로 다 큰 여성이 되어도 엄마에게 안기고 싶고 사랑받고 싶어진다고 말씀하셨죠.
A2: 이제 왜 당신이 내가 남자인지를 물어봤었는지를 알겠어요?
P3: 오, 슬퍼요. 나는 여자 선생님을 바랬었죠
A3: 이제 왜 그랬는지 이해하겠어요?
P4: 엄마의 돌봄이 필요했죠
--> 환자의 동성애 소망은 공생단계에서 채워지지 않은 엄마의 돌봄에 대한 강한 열망을 포함하고 있었다.
A1 개입의 의미: 환자가 자신에 대한 부드럽고 우호적인 느낌이 없음을 호소하자, 평생에 걸친 따스한 돌봄에 대한 욕구를 언급하고 그것이 유아기에 붕괴되었음을 알게 리드. 성인의 관계에서도 관계적 욕구는 타당한 것. 그러나 어린 시절에 해결되지 않은 잔재로 인해 퇴행적이고 공생적인 갈망이 안기고 싶고 소중히 다뤄지고 싶은 욕구로 드러나고 있다.
-사례3: 젊은 남자. 정신분석 수련중인 대학교수, 동료와의 작업에 대한 공포 불안.
외부세계에 대한 강한 의심을 품고 똘똘뭉쳐 있는 대가족에서 성장. 그마나 가족분위기를 극복한 편. 자신의 지적 노력이나 상승욕구, 야망 vs 가족이 지닌 지식에 대한 반감과 편집적 전통에 대한 충성심 사이에서 갈등. 어머니는 자식들이 곁에 남아 자신을 돌봐주기를 바라고 아버지는 불안정하고 자기애적인 사람으로 그의 관심사에 대한 편협한 관점을 들이대며 비웃고 있음. 자라면서 지지받고 성취를 인정받는 다는 느낌을 받지 못했고 숨거나 평가절하했고 부모가 자신과 관련된 것을 망가뜨릴 것이라 확신으로 힘들었다.
치료자에게 자신의 성취를 인정받고 칭찬을 이끌어내면서도 이런 미러링 욕구를 유치하고 당황스러운 것으로 여겼는데, 자기가치감을 유지하기가 얼마나 어려운지를 보여준다.
2. 갈등과 수동성
-관계이론에 대한 오해: ① 갈등의 중요성을 축소한다 ② 피분석자를 수동적으로 본다
Drive theory은 갈등이론(자기중심적인 충동은 사회의 영향을 고려하는 충동과 부딪히며, 모든 정신적 삶에서 이런 부딪힘이 일어난다) 이고, 발달지체(developmental arrest)이론가(발달적 편향을 통해 관계적 이슈를 소개하는)들은 관계적 이슈가 삶의 초기에 일어나며 비갈등적이고 갈등이전의 것이라고 본다. 그러나 관계적 욕구는 사회적 환경에서의 갈등이 필수적으로 수반되며, 사회적인 것이며, 일정한 관계성(relatedness)의 방식을 추구한다. 대인관계 환경이 이러한 관계성을 제공한다면 갈등이 없지만, 관계성의 기회를 제공하지 못하면 그것을 갈등이 아니라 박탈이 된다.
-Winnicott은 wish 와 need 를 구별하며 발달지체 관점을 설명하였다.
wish 는 본능적 충동에서 나온 것으로 사회현실과 부딪힐 수 밖에 없다. 이것이 충족되지 못하면 억압, 승화, 만족을 억제하는 식으로 변형된다. need는 발달에 필요한 것으로, 아이가 자신에게 필요한 경험을 얻기 위해 양육행동을 요구할 때 부모가 이것을 제공하면 계속 발달해가지만, 그렇지 못하면 발달이 정지되게 된다. 분석가 역시 이러한 대상관계적 기회를 제공하지 못하면 분석에서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그것은 충동의 만족이 아니라 필요한 경험을 제공함으로써 자기에 닿을 수 있는(reaching the self) 질문을 하는 것이다. 정신병리는 need 가 부적절하게 공급된 결과이며 ‘환경적 결핍 질병’이다. 어머니가 아이의 need 에 적절히 부응하면 갈등이 없는 상태에서 자라나며 방해받지 않고 자기를 펼쳐나가게 된다.
-Guntrip: 상처와 갈등없는 존재, endopsychic structure(심리내적 구조) 안에 영구적으로 작동하는 반리비도적인 drive 나 control 이 없는 성숙한 인간을 가정하였다.
-Kohut: 양육자가 자기대상 기능을 적절하게 제공한다면 삶은 단순하고 쉽게 풀린다. 외디팔 콤플렉스에 부과된 극적인 갈등으로 인해 아이의 포부가 거세불안의 영향을 받아 부서진다면, 1차적 성숙 뿐 아니라 자기애적인 붕괴에 시달리는 결과를 가져온다.
-갈등의 보편성(universality of conflicts)
정통 분석가들은 관계이론이 외디팔 신경증의 갈등의 핵심을 포기했다고 여긴다. 이 말은 sexuality 를 덜 강조했다는 측면에서는 타당한 것이지만, 관계이론의 필수적 요인이라기보다는 역사적 맥락속에서 형성된 것으로 보는 것이 맞다. 갈등을 덜 중요하게 다루는 측면은 관계이론이 발달적 편향 관점을 통해 소개되었기 때문이다.
갈등은 보편적인 것으로, 다른 관계성과 동일시 사이에, 부모와의 유대와 충성에도, 다른 사람에 대한 유대와 충성에 대한 두려움에도 존재한다. 또한 하나의 관계 안에서도 갈등은 중요한 임상적 요인이다. 예를 들어, 친밀함을 보자. 친밀함은 달콤하기도 하지만 위험과 선택, 불안을 포함한다. 친밀한 관계에서는 타인과 자신에 대해 개방적이고, 타인에 대한 반응성과 경계 사이를 오가기 때문에 긴장과 갈등이 있게 마련이다. 인간은 어느 정도는 ‘익명성’을 가지면서도 각각 개인의 경험과 친밀함의 역량을 키워가면서 자신을 되찾으려 한다(by Winnicott). 따라서 갈등은 관계성(relatedness)안에 내재된 것이다.
환자들은 다른 사람과의 관계성에 불안, 분리, 죽음아 내포되어 있어서, 분석가와의 관계에서도 후퇴하고 파편화되거나 철수한다. 이것은 ‘공감이 실패’했다기 보다는 공감받았다는 경험이 철수와 평가절하, 파편화를 불러일으킨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어떤 환자들은 의미있는 연결의 실패가 반복되면, 애착을 (실제적으로나 환타지로나) 거북하고 고통스런 관계로 여기고, 희망을 갖는 것이 위험하다고 느낀다. 이런 연결은 환자들의 고통스런 주관적 세계를 전제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발달적 편향이 있는 환자들은 수동적이고, 디태치되어 있으며, 자신을 희생자로 경험한다. 이것은 ‘환경의 실패’로 인한 박탈의 결과이다. Self 는 대인관계 경험을 통해 자란다. 수동적인 ‘true self' 는 늘 고무적인 환경을 기다린다. Guntrip 은 신경증을 ’방치된 체 신체적으로 성장한 아이‘로 보면서 치료는 그 아이를 살릴 수 있는 것은 지지적인 관계를 세우는 것이라고 본다. 초기의 경험에 의해 구축된 정신적 삶은 집요하게 삶을 지배하기 때문에, 그것이 다시 드러나는 적당한 조건을 기다려 분석가와의 관계를 통해 현재의 관계를 새롭게 만들어 가야 한다.
Fairbairn 은 ‘나쁜 대상에 대한 애착’ 을 강조하면서, 이런 애착으로 인해 좋은 관계성이 아예 없거나 이것을 두려워하며 피하는 것에 대해 말한다. 환자들은 좋은 것을 피한다기 보다는 나쁜 것에 매료된다. 이들은 반복되는 대인관계의 덫에 빠져드는데, 가학적이고 겁을 먹고 있거나 철수적이고 쇠약한 사람들과 안 좋은 관계를 맺으며 산다. 초기 경험에 반복강박적으로 매여있어서 특정한 사람들과 애착을 맺고 어떤 사람들로부터는 떨어져 나간다. 분석관계에서 새롭게 경험하는 것은 위험한 것이 되며 충성에 도전하는 셈이 된다. 이러한 환자들은 환상 속의 이미지에 대한 애착과 치료적 관계에서 전해져 오는 미묘한 안전감과 연결되는 느낌 사이에서 선택해야 하는데, 현실속의 새로운 사람과의 애착을 맺는 것은 위험을 수반하므로 망설인다. 이 때문에 환자들은 신경증을 포기하는 것과 연관된 심한 고립감을 호소한다. 수동적으로 디태치되는 이면에 비밀스런 애착이 무의식적으로 존재하지만 이것은 어쩔 수 없는 것이고 삶을 지탱해 주는 것이기도 하다. 관계이론은 환자들이 과거와 현재 사이에서 사투를 벌여나가는 것에 기여하고자 한다.
3. 결핍과 baby인 Self
많은 환자들이 지닌 wish와 need 는 유아적이다. 이들은 스스로에게 관심을 가지고 다른 사람으로부터 무언가를 구하며 새로운 욕망을 품을 때 매우 긴장되고 탐욕스럽고 요구적인 것으로 경험되며 압도된다. 그리고 다른사람으로부터 구하는 것을 바로 얻지 못하는 것을 견디지 못한다. 결핍은 배고픈 아기, 엄마에 매달리는 토들러와 같은 경험이 된다. 이런 초기의 결핍은 성인의 삶에서 원시적인 구강적 만족에 대한 요구(프로이트), 유아적 의존(페어베언), 공생적 융합(말러), 미러링(코헛)과 같은 상황을 만든다. 유아적 wish 들을 포기하기 위해서는 그들의 과거력에 대한 이해(고전적 기법)를 가지거나, 혹은 분석적 관계 안에서 이런 wish 들이 만족되도록 하는 몰입(발달지체적 기법)이 필요하다. 분석가는 관계적-갈등(relational-conflict) 구조 안에서 그들의 결핍 경험을 유용하게 이해해야 하는데, 지체된 발달적 욕구나 유아적 고착이 반영되었다기 보다는 한 성인이 가진 복잡한 콤플렉스들이 강한 불안과 함께 침투되어 있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 이런 환자들은 유아기의 좌절이 크다. 그러나 이들이 성인기에 경헙하는 결핍은 좌절된 유아적 욕구와 덜 관련되어 있고, 이런 초기의 경험을 통해 발달된 사고와 느낌과 더 관련되어 있다. 이들이 다른 사람과의 정서적 관계 속에서 강한 wish 와 longing 을 경험하게 되면 불안에 압도되어가고, 욕망은 스스로를 약화시키고 상처받게하고 요구하게 하며 나쁘게 만든다고 느낀다.
이런 불안은 그들의 요구에 대한 부모의 리액션의 경험을 반영한 것으로, 이들의 불안은 다음과 같은 논리를 갖는다 “나는 당신과 가까워 지고 싶어요. 그런데 아주 불안하고 상처받을 것 같아요. 당신이 역겨워하거나 철수한다고 여겨지면.. 그러니 내가 원하는 것을 모두 다 주세요. 그것도 당장 주면 좋겠어요. 당신이 떠나지 않고 내 욕망을 없애지 않는다는 마음이 확실해지면 그제서야 마음아 놓일 것 같아요” 이러한 느낌과 사고는 유아적인 것으로 경험되며(때로는 강한 성적 욕구로 드러나기도) 먼 과거에서 온 것이기도 하므로 치료 작업에 제약을 주기도 한다.
치료는 불안으로부터 욕망을 분리하는 것이며, 불안을 피하기 위한 방어적 작동으로부터 벗어나는 것이고, 이 모든 것을 통해 결핍 경험을 무너뜨리는 것이다. 관계적 갈등 관점은 환자가 자신의 욕망을 포기하거나 특별히 고안된 방식으로 충족하는 아닌, 제 3의 옵션을 받아들이는 것으로, 다른 사람에 대한 욕망이나 상호의존 방식에 대해 질문함으로써 현재의 욕망이나 갈망을 지탱하지 못하게 한 것에 대하여 알게하고 자신의 타인에 대한 욕구와 욕망을 통합하도록 타협해 가는 것이다.
환자들은 스스로 남을 속이는 성인으로 보며, 초기의 욕구가 충족되지 않았기 때문에 전체적인 것을 느낄 수 없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다이내믹 속에서 자신을 베이비로 경험하는 self는 타인과의 다양한 상호적 연결을 만들어가기 위해 능동적인 전략을 만든다. ① 다른 사람의 경험을 자신의 것으로 여기며 따라가려는 모습으로, 다른 사람과 연결되고 승인받기 위한 것을 무엇이든 주려고 한다. 그러나 원래 베이비들은 책임에서 자유로운 존재이다. 베이비들은 다른 사람의 욕구를 의식하지 못하고 오로지 자신의 경험에만 집중한다. 환자들이 지닌 강박적인 감수성과 순응으로 인해 내적으로 베이비인 이들은 자신이 되는 권리를 보게 된다. 새로 태어난 아기의 무력감은 결점이 아니라 도전이며, 베이비는 더없이 행복한 희열 안에서 낭만적인 상태에 젖어 있어야 하는 것이다.
② 두 번째 다이내믹은 이들의 셀프이미지가 상처입고 무력하며 가족의 이데올로기, 특히 엄마의 영향 하에 있다는 것이다. 자기애적 어머니에게서 자라며 피학적 성격을 형성한 어떤 환자는 아동기에 대한 강한 낭만을 지니고 있으며 아기가 되기를 바랐다. 그의 가족에서 아기가 된다는 것과 총체적인 자기거부는 살아남기 위한 수단이었다. 또 다른 환자의 경우, 어머니는 어린 시절 겪은 고통스런 상실 때문에 자신을 상처받고 덫에 갇힌 사람으로 여기며 자신의 아기들에게는 어떤 어려움도 주지 않으리라 마음먹고 아기들이 자신의 완벽한 창조물이며 신체적 지적으로 뛰어나고 새로운 삶을 살아갈 것이라 믿었다. 환자는 자신의 특징적인 것은 알려고 조차 하지 않았고, 엄마의 시야 안에서 늘 엄마가 바라는 완벽한 아기로 비춰지며 자랐다.
인간의 마음의 본질적인 활동은 의미(meanings)를 만들어 내는 것이고, 고립되고 분산된 경험에 범주를 만들고 중요성을 부여하는 것이다. 의미는 다른 종류의 경험들이 서로 연결되도록 구성하는 작업이고, 공통의 요소를 발견하고 연결짓는 것이다. 메타포를 활용하는 것은 마음을 표현하는 강력한 도구가 된다. 환자가 보이는 현상들이 가지는 미묘한 질감을 표현하고 설명하는 것은 핵심을 잡아가는 것이고 매일의 분석적 작업이기도 하다. 그러나 현상이 모든 정신적 삶을 대변해 주는 것은 아니고 의미있는 심리적 과정을 다 표현하고 이해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이런 노력을 통해 가족관계의 매트릭스 안에 새겨진 것들과 안전감을 뚫고 들어가는 주의력이 필요하다.
정신분석의 중심 기술 중 하나는 환자의 주관적 세계안에 들어가 핵심을 부여잡는 능력이다. 이 사람의 세계는 어떻게 이루어져 왔나? 드라마는 무엇인가? 반복되는 사람은 누구인가? 이 사람이 자신이 경험이 의미하는 것을 조직화할 때 어떤 말을 쓰는가? 개인화된 용어를 쓰던 사람도 분석가의 언어에 친숙해져 간다. 발달지체 이론에서 사용하는 ‘베이비’ 나 ‘성장(growth)'과 같은 말은 분석적 변화과정을 상징하는 중요한 메타포이며, 중요한 주제여서 좌절된 갈망에 대한 분석적 경험이나 새로운 출발, 잠정적이고 미약한 시작를 나타내는데 적절하다. 괴물(beast)로서 자신을 경험하는 것처럼 자신을 베이비로 경험하는 것은 강렬한 열정에 접근하게 하고 열정을 포착하게 해 준다. 경험의 비이성적인 영역은 관습적인 합리성과 성숙성으로는 안전하게 통합되지 않는다.
분석가는 성인환자가 스스로 떠날 자유가 있는데도 자신의 주관적 경험에 갇혀 자신의 가족을 재창조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의문을 가져야 할 것은 이러한 패턴이 욕구의 박탈을 통해 초기 몇 년 간 구조적으로 고착된 것인지, 혹은 최근의 사회적 환경 안에서 적응해 오다가 이제 활성화되어 유지되고 있는 것인가이다. 메타포로서 베이비를 사용하는 것은 성인에게서 드러나는 현상을 유아기적 원형의 관점에서 보았을 때 실제적으로 인과론적 내용과 사실에 의해 제공되는 것인가를 가정하고 있는 것이다.
4. 관계 이론: 지체(arrest)인가? 갈등인가?
모든 관계이론은 광대한 발달적 관점을 취한다. 인간관계는 경험으로 구성된다고 보며, 관계성을 추구하고 유지하려는 것은 정상과 정신병리 모두를 관통하는 본질적 동기하고 본다. 관계는 삶의 주기를 따라 다른 방식을 가진다. 초기의 아기와 돌봄자의 관계는 이후의 보다 복잡한 고관계의 전조가 된다. 관계이론은 가장 초기관계에서 돌봄자와의 붕괴가 이후의 관계성에 중요한 영향을 준다고 보며, 정신병리를 일으키는 요소라고 본다.
그러나 임상적 측면에서 보면, 관계-갈등 모델과 발달지체모델의 분기점은 환자의 문제가 무엇인지에 대한 질문에서가 아니라, 그 문제가 지금 무엇이며 무엇이 그것에 대해 가장 좋은 것인지에 대한 질문이다. 여기서는 분석가가 ‘좋은 대상’이 되어야 한다는 관계모델 이론가들의 이야기를 다루었다. 그렇다면 어떤 종류의 관계가 그렇다는 것인가?
발달지체 이론가들 중에 관계모델 이론이 발달적 편향에 의해 왜곡된다는 이론을 전개하는 사람들은 환자를 성인의 몸에 있는 아기의 self라는 관점을 가지고 발달을 촉진되는 대인관계 조건을 기다리면 된다고 본다. 이런 관점이라면, 처음 잃어버린 곳에서 여전히 미씽되어 있는 것과 욕구를 제공해야 한다. 발달적 편향 관점에서는 아기의 방식안에서 관계적 욕구가 붕괴되었으므로 분석가는 환경의 실패의 관점에서 아기가 만나보지 못했던 것을 대체하는 관계적 경험을 제공한다.
관계-갈등 관점에서는 돌봄자와의 초기 관계의 어긋남은 이후의 관계성을 왜곡하는데, 이로 인해 아기의 욕구가 얼어붙거나 고착되는 것이 아니라, 아기가 자신의 삶에서 유용한 것들을 사용해서 관계적 세계(또는 대상관계 세계)를 창조하는 복잡한 과정을 세팅해 간다고 본다. 아이들은 관계없이, 대상과의 유대 없이 혹은 이 두 가지의 연결되어 있다는 느낌을 가지고 실제적인 상호관계를 만들며 소속감을 가지지 않고는 아무것도 하지 못한다. 인간이 된다는 것은 타인과 관계한다는 것이고, 관계적 매트릭스안에 들어가는 것이다.
환자는 편협한 관계적 매트릭스를 가지고 치료에 들어오고, 분석가와의 관계에서 친숙하고 제한된 관계패턴을 재창조하고 투사하며 연결되고자 한다. 지속적으로 이러한 관계적 특성을 재내재화하고 강화하려든다. 분석적 개입의 중심과정은 이러한 관계적 패턴과의 유대를 없애고 새롭고 풍부한 대인관계로 들어오도록 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분석가와 환자가 어떻게 이 폐쇄된 시스템을 부술 것인가? Fairbairn은 ‘좋은’ 대상으로서의 분석가는 환자의 내적 대상이나 판타지와 같아지기 힘들다고 보았는데, 이것은 환자는 유용하고 반응적인 부모를 경험해 보지 못했으므로 결코 좋은 대상을 알아보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것은 정신병리를 구성하는 파편화가 왜 일어나는지를 보여준다. ‘좋은 대상’이 Fairbairn이 말한 ‘흥분시키는 대상’과 다른 것이므로, 환자의 판타지에서는 불가능하며, 진정한 관계 경험이 없기 때문에 도달할 수 없는 것이 된다. 그러나 Fairbairn이 말한 좋은 대상은 환자의 내면화된 폐쇄적 대상관계 시스템의 바깥에서 작동하는 것으로, 좋은 대상은 현실적이고 풍성한 것을 제공해 주는 대상이며, 판타지 대상과의 유대에 갇힌 폐쇄적 세계에서 도약할 수 있도록 해주는 대상이다.
발달지체 관점에서 본다면, 분석적 치료는 미쓰된 아기의 경험을 대체해주는 것이 실제적으로 환자의 유아적 판타지를 마술적으로 치료해 주는 것과 거의 유사한 것으로 제공해 준다는 것이다. 분석가는 흥분시키는 대상이 되는 것이며, ‘마술적 도우미’가 되어 환자의 ‘행복한 생각’을 현실에서 만들어 주는 것이 된다. 발달적 편향을 통해 작업하는 대상관계이론의 지지하에 실행된 분석작업은 환자와 분석가의 판타지가 붕괴됨으로써 손상되기도 한다. 환자는 절묘한 방식으로 섬세하고 불안정한 아기가 되고 분석가 역시 특유의 방식으로 민감한 돌봄자가 되어 환자를 다루려 하게 되는데, 이것은 전이를 splitting 시키며 분석가는 현실세계로부터 제외되므로 돌아올 수 없게 된다.
정신분석의 이론화 작업에는 죄책감과 책임감을 둘러싼 다양한 이론이 오간다. 1897년 이전에는 부모의 유혹이 신경증의 유발원인이 되고 아이들은 무고한 희생자였다. Drive 이론에서는 아기를 ‘괴물(beast)'이라는 메타포로 묘사하면서 신경증의 원인이 아동에게 내재된 본성이라는 인과론이 등장하고 부모는 이런 현상에 인과론적 요인의 원재료를 제공하는 사람이 되었다. 발달지체 이론은 ‘모던 베이비’라는 메타포를 사용하면서, 시계추를 뒤로 돌려 신경증상태를 발달이 얼어붙고 부진된 것으로 보면서 아기의 박탁과 부모의 실패가 성인의 경험에 침전되고 정신병리를 일으키는 근원이 된다고 본다. 이러한 두가지 축은 수많은 이론을 전개하게 했고 임상적인 노력을 쏟아붓게 했다.
통합된 관계-갈등 관점은 부모 성격의 중요한 요소를 중요하게 다루는 한편, 정신분석 안에서의 환자의 역할을 보다 능동적으로 다룬다. 인간은 경험의 수동적 희생자가 아니다. 오히려 관계적 세계 안에서 갈등적인 상호관계 패턴을 능동적으로 창조하며 충성스럽게 지속시킨다. 이것이 안전하지 않다면 알아차린다. 내재된 유아적 욕구의 박탈이 정신병리를 일으키는 것이 아니라, 아동과 성인의 초기의 경험이나 기억, 판타지가 이후에 어떻게 구축되어 중요한 사람들과의 관계를 유지해 가는지가 중요하다. 이전의 사건과 욕구의 실타래가 주관적 경험의 직물안에 엮어져 익숙함과 안전, 연결감으로 전해지게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