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의 등장
아놀드 번스타인
최 정 희
역사학자이자 사회학자인 벤자민 넬슨(1957)은 프로이트의 『꿈의 해석』이 20세기 실존적 의식(existential consciousness)에 관한 문을 열었다고 생각했다. 그는 “프로이트는 19세기를 20세기와 이어줄 운명이었던 것 같다”고 썼다. 프로이트(1926)에 따르면, “미래에는 아마도 정신분석이 치료 과정이라기보다는 무의식에 관한 과학으로서 훨씬 더 중요성을 띠게 될 것이다”(p.265).
이 논문은 프로이트가 정신분석을 창시한 이래 정신분석의 실행이 수정되어온, 정신분석의 발전에 관한 것이다. “wonder child" 혹은 ”Wunderkind"의 출현이라고 부를 수 있는 것을 “발견”한 것이 이 논문을 쓰는 자극제가 되었다. 이 논문은 이런 발견이 함축하고 있는 장기적인 의미들을 탐구하는 것으로 이루어져있다. 이 논문은 원래의 고전적 프로이트 정신분석이 현재 최신의 정신분석으로 발전하는데 구조를 제공해온 세대 간의 특정한 연속적 사건과 패러다임들을 이어주는“다리들bridges”을 확인하고 기술하고자 한다.
정신분석적 이론과 실제는 19세기가 저물 무렵 순전히 카다르시스적인 전-정신분석적 방법으로 시작된 이래 점차 변형을 겪어왔다. 정신분석은 정신신경증(당시에는 신경계의 질환으로 여겨졌던) 증상들 치료에 국한된 전문적인 의학적 치료로부터, 어느 사이엔가 마음에 관한 일반 이론으로 그리고 인간의 모든 정서와 심리적 고통의 이해에 적용할 수 있는 기법으로 성숙하였다.
일단 정신분석 기법의 초점이 “무의식을 의식화”하는 것으로부터 “모든 것을 말하는데 대한 저항을 해소하는 것”으로 옮겨지자 정신분석을 실천하는 방법에 여러 흐름들이 나타났다. 이런 실천의 수정들은 일부는 통틀어 현대정신분석modern psychoanalysis으로 알려진 스팟니츠(1969)와 그 외 선구자들의 혁신으로 인해, 그리고 일부는 현대의 정신분석가들이 더욱 정교화되고 환자들의 지식 수준이 높아졌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흐름들 중 하나는 매주 방문하는 빈도가 감소한 것이었다. 고전 분석가들은 환자에게 주당 다섯 번이나 여섯 번의 방문을 요구했지만 이제 그것은 흔치 않으며 보통 한 번이나 두 번 방문하는 것이 원칙일 것이다.
다른 경향은 분석을 받는 환자들의 평균 연령이 높아졌다는 것이다. 이것은 부분적으로 치료 기간의 연장에 따른 것인데, 해가 지남에 따라 장기 환자들이 누적되면서 분석가의 실행이 안정화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그것은 또한 부분적으로는 치료에 받아들이는 환자들의 연령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프로이트는 나이든 사람들은 정신분석에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더욱 중요한 경향은 치료 기간의 연장일 것이다(고전적 분석들은 거의 일 년을 넘기기 않았다). 요즈음은 십년, 이십년, 심지어 삼십년 간 지속되는 치료를 더 이상 반대하지 않는다. 사실상 그런 장기 치료는 대개 보고되거나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점차 분명해 지고 있다. 내가 아는 한 어떤 치료도 그러한 장기 심리치료를 지지하는기는 커녕 가능하지도 않다. -290-
그러나 이 논문은 이와 관련된 또 다른 현상인 “신동” 혹은 “Wunderkinder”의 출현을 알게 되면서 영감을 얻었는데, 이 현상은 보다 단 기간으로는 진화할 수도 관찰할 수도 없는 것이다. 내 환자의 자녀들 중에 “신동”이 가끔 나타나는 것을 관찰할 기회를 제공한 것은 매우 장기간의 치료였기 때문이다. 소위 이러한 신동들은 환자가 치료를 받는 도중에 그리고 환자가 치료를 시작하기 전에 태어난 아이들 중에 나타난다. 이런 아이들은 예상치 못했던 그리고 보고되지 않은 장기 심리치료의 부산물로 보인다.
내가 아는 한 정신분석 치료가 부모가 분석을 받고 있는 아동들에게 미치는 이로운 영향은 지금까지 거의 검토되거나 설명되지 않았다. 하지만 어떤 환자들 사례들에서는 치료의 가장 가시적인 결과들이 다음 세대에서 나타난다. 사실 부모들이 자녀들에게 전수한 치료의 효과들은 때로 실제 환자들인 부모보다는 자녀들에게서 더욱 현저하다. 실제로 어떤 아동들은 부모와의 빼어난 사랑 관계, 성숙함 그리고 지혜로움을 갖춘 이례적으로 특출한 인간으로 발달하는 것으로 보인다. 나는 “정신적 건강”을 덧붙이는 것은 주저하는데, 이것은 매우 애매모호하고 가치 판단적이기 때문이다. 이런 아동들은 또한 그들의 모든 부정적 감정들-좌절, 분노, 불쾌 그리고 두려움과 같은-을 인식하고 표현하는데 자유로움을 느낀다. 그러나 그들을 영재와 혼동해서는 안 된다. 재능, 천재성, 야망, 그리고 창조성은 인격의 다른 차원에 속할 것이다.
내가 이런 아동들을 “신동”이라고 부르는 이유는 아래에서 논의되긴 하겠지만, 나는 또한 미래의 가족을 얼핏 보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렇게 부른다. 나는 이런 아동들이 이십 일 세기를 살아갈 선봉에 선 인간들로 판명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만일 그것이 사실로 밝혀진다면 그것은 장차 정신분석의 역할이 증상치료에서 인간의 성격을 변화시키는 것으로 옮겨갈 것이라는 것을 의미할 것이기 때문이다.
나의 임상에서 다른 환자의 자녀들은 신동은 아니지만 비교적 높은 기능을 갖고 있으며 건강하다. 그리고 말할 필요도 없이 그 누구도 정신적 장애로 발병하거나 입원한 적이 없다. 처음에 나는 신동들이 비교적 드물었기 때문에, 그리고 또한 주로 분석 회기에서 무엇이 일어나는가에 집중했기 때문에 그들의 존재를 눈치 채지 못하고 지나쳤다. 그러나 여러 해 동안 환자들이 때때로 자녀 양육에 관한 문제들을 상의해오면서 그들을 점점 인식하게 되었다. 그럴 때 환자은 가끔씩 자녀들에 대한 멋진 이야기나 자녀들과의 놀라운 대화들을 들려준다.
내게는 때로 부모들보다 신동들이 부모에게 더욱 성숙한 답변들을 하는 것처럼 보인다. 한 부모는 매우 현명한 다섯 살 딸이 “자신을 양육하는 방법을 가르쳐 준다”고 보고했는데, 그것은 자녀뿐 아니라 부모의 명예를 살려주는 언급이었다. 또 다른 사례에서 한 아동은 어머니(분석가인)에게 “엄마는 그런 식으로 말하면 안 돼요. 그러면 내가 내 애들한테도 그렇게 말하기 때문이에요. 엄마는 내가 내 애들한테 그렇게 말하면 좋겠어요?”라고 말한다.
다른 사례에서 한 청년은 어머니에게 전화를 걸어 “그저 엄마를 사랑한다고 말하려고 걸었어요. 엄마는 너무나 훌륭하셔요!”라고 말했다. 이 청년은 부모와 친밀하고 서로 보람 있게 여기는 친구 관계를 즐기고 있다. 그는 성공적이고 독립적이지만 여전히 부모와 시간을 보내는 것을 좋아하고 그와 부모들은 빈번하고 만족스러운 만남을 기다린다.
육십 세 된 남성의 좋은 사례가 있는데, 그는 “내 아들 톰(서른 살 된)은 내게 끊임없는 즐거움의 원천이랍니다”라고 말한다. 그는 그가 아직 아이였을 때 유쾌하지 못한 이혼으로 끝났던 험한 결혼 생활 중에 태어났다. 그럼에도 톰은 훌륭하고 인간적인 의사로 성숙했다. 그와 그의 아버지는 서로 접촉하는 것을 즐겼다. 치료에 계속 전념했던 그의 아버지는 되돌릴 수 없는 것으로 드러난, 초기 아동기에서 유래된 매우 다루기 힘든 인격 저항들과 계속 씨름하고 있다.
나는 “신동들”이 부모와의 관계에서 보이는 특징적인 친밀함, 그리고 보통 부모와 자녀들을 갈라놓는 세대 간의 간극이 줄어들거나 사라지는 것을 통해서 그들을 발견하기 시작했다. 나는 부모와 자녀들 간의 훨씬 더 큰 평등함, 우정 그리고 상호 존중 그리고 서슴없는 의논들을 발견했는데 그것은 대부분의 다른 부모 자녀들 간에 지배적인 방식과는 매우 다른 것이었다. 새로운 방식은 옛 방식이 역전된 것이다. 새로운 가정에서 아동들은 단순히 보여지는 것이 아니라 목소리를 낸다.
그러나 물론 자녀들과 친하게 지내는 것이 놀라운 일은 아니라고 주장할 수 있다. 그것은 사실 “행복한” 가정에서는 예상되는 일이다. 우리는 모두 분석에 낯선 가정에서 배출된 “뛰어난” 아동들을 알고 있다. 이것은 아직 답이 없는 수많은 결정적 질문들을 남긴다. “신동”들은 행복한 아동들인가? 신동들이 분석을 받은 부모들의 산물이라면 분석가의 아동들은 어떠한가? 분석가들도 그들의 자녀들도 반드시 정신적 건강의 귀감이 되는 것은 아니다. 그들의 분석과는 관계가 없는 신동들을 출현시킨 부모들에게 어떤 특별한 점이 있는 것인가?
나는 분석이 만들어낸 소위 신동들이 적어도 평균적인 “보통” 신동들과 적어도 한 측면에서 다르다고 생각한다. 분석을 받는 사람이 대부분의 정상적이고 행복한, 분석을 받지 않은 사람들과 다르듯이. 그들은 보통 세련되지 못하고 분석되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없는 객관성, 지혜, 통찰 그리고 사색적 의식의 조합을 소유한 것처럼 보인다.
행복한 가정이 건강한 가족 관계를 반영하듯, 매우 불행한 가정은 불건강한 가족 관계를 반영한다. 따라서 환자가 치료 과정 중에 가족 구성원들(그리고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가 나아지는 것은 추정컨대 성공적인 분석의 신호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역기능적인 사람들이 역기능 가정들의 산물이라는 것은 치료에 오는 거의 모든 사람들이(훈련 분석을 위해 오는 사람을 제외하고) 잘못된 양육, 가정 파탄, 혹은 아동기의 신체적이고/이거나 정신적인 학대의 간접적 영향 때문에 온다는 사실이 충분히 뒷받침한다. 그렇다면 그들이 위에 언급한 그런 것들이 특출 난 아이들에게 전파된 경우 놀라움는 더욱 더 커진다. Wunderkind의 등장은, 세대 간의 반복이 차단되었고 병리가 세대에서 세대로 전달되는 것이 멈추었다는 증거이다.
카알 휘테커Carl Whitaker는 몇 년 전에그가 실시한 가족 워크숍에서, “가정 내의 모든 문제들은 삼 대에 걸쳐 이어진다”고 언급했다. 실제로 보통 핵가족은 삼 대에 걸치는데 조부모, 부모, 그리고 자녀로 이루어진다. 자손이 없으면 가정은 끝이 난다. 부모들의 모습은 자신들의 부모에 의해 형성되며 그들은 다시 자기 자녀들의 모습을 형성한다. 유사한 방식으로, 분석가는 환자들의 모습을 “형성”하며, 그들은 다시 자기 자녀들의 모습을 형성한다-분석가의 슈퍼바이저와 분석가들이 분석가를 형성한 것처럼.
피분석자가 불가피하게 부모 역할의 일부 요소들을 분석가에게 투사하는 것은 치료 관계의 본질이다. 분석가를 부모의 자리in loco parentis 에 놓음으로써 피분석자는 자기도 모르게 삼 대로 된 가정을 복제한다. 분석가는 은유적으로 환자의 부모가 되고 따라서 환자 자녀들의 조부모가 된다. 이것은 부끄러울 것이 없으며 피분석자들은 단순히 분석가를 조언자로 받아들였다고 해서 의존적으로 축소돼 버리지는 않는다. 환자들은 자신의 가족과 친구들뿐만 아니라 자기 자녀들을 분석가와 이어준다. 이런 방식으로 그들은 자신의 분석의 이점들을 세상 전반으로 전파한다. 치료 초기에 그들은 자기 부모와의 경험으로 온 태도와 행동들을 분석가에게 전이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치료가 진행되면서 그들은 분석적 페르소나와 치료 경험을 통합시키며, 분석가가 자신과 관계하는 방식으로 다른 사람들과 관계하기 시작한다. 이런 새로운 전이들은 치료 관계의 속성을 반영한다.
이러한 역반영적-전이retroflective-transference의 결과로서, 환자들은 타인들에게 보다 수용적이고 객관적이며 비판단적인 따뜻하고 애정 어린 방식으로 행동하기 시작한다. 그럼으로써 그들은 자녀에게는 보다 좋은 부모가, 자기 부모들에게는 보다 좋은 자녀가, 그들이 아는 모든 사람들에게 보다 나은 친구가 된다. 나는 이것이 부분적으로 신동의 출현을 설명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애정 어린 것이 전부는 아니다. 우리의 환자들은 분석에서 배운 다른 것들을 적용한다. 이 중에는 접촉 기능, 정서적 의사소통의 본질, 무의식적인 동기가 있으며 자기애, 저항 그리고 전이에 의해 전개되는 역할이 있다. 이러한 것들은 모두 보다 나은 부모와 보다 나은 인간으로 기능하는 능력에 이바지한다. 그들의 개인 분석은 분석가들에게 제공한 똑같은 역할을 부모들에게 제공한다.
그러나 가정과 사람들은 진공 속에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보다 큰 사회적 경제적 체계 속에 존재하는데, 만일 그 체계들이 악성적인 것이라면 그것은 외부에 대한 태도와 사람들의 내적 삶에 분명 영향을 미칠 것이다. 이것은 환자의 곤경들의 원천이 내부에 있다는 가정에 입각한, 모든 심리치료적 노력에 적용되는 제한 조건이다.
그러나 유사점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신동의 출현은 어느 정도는 분석된 부모의 산물이며, 성공적으로 분석된 부모들은 성공적으로 분석된 분석가들의 자손들이다. 분석가들은 자신의 교육 분석가들과 환자들을 잇는 다리가 된다. 그렇다면 분석가의 분석가는?
신동이 탄생하려면 적어도 삼 대가 걸리며, 현대 정신분석가들이 탄생하는데 삼 대가 걸렸다. 고전 분석가들인 첫 세대는 오늘날 분석가들의 “할머니”와 “할아버지”들이었다. 그들은 지그문트 프로이트에게 분석을 받은 초기 집단이었다. 이들 중에 C. G. 융과 알프레드 아들러 Alfred Adler는 자신의 “가문”을 세워 정신분석적 사고의 또 다른 변종 혹은 학파들이 생기게 했다. 그러므로 우리는 마치 그것이 가문인 것처럼, Freudians, Jungians, Adlerians 등으로 일컫는 것을 좋아한다. 진화가 이런 변종을 낳는 경향성은 정신분석적 운동의 특징인 것으로 보이는 분열의 일부로 설명될 수 있다. 그들 차례에서 “고전적” 정신분석 방법에 노출되었던 첫 세대 사람들은 그들의 개인적인 분석적 형태들을 두 번째 세대 분석가들에게 전해준다. 두 번째 세대는 현대 정신분석의 “부모들”을 포함하는데, 그 “자손들”이 오늘날의 현대 정신분석가들인 세 번째 세대로 등장한다.
나의 분석가는 프로이트에게 분석을 받았던 분석가로부터 분석을 받은 사람이었다. 그러므로 프로이트는 나의 분석적 증조부이다. 나는 말하자면, 정신분석 가문의 제 삼 세대에 속한다.
다음 표는 세대들 간의 “다리들”(대문자)그리고 삼 세대 패러다임의 변화들을 개략한 것이다.
다리와 패러다임
문화적 다리
무의식 ---> 프로이트 ---> 새로운 의식
세대 간 다리
조부모---> 부모 ---> 자녀
정신분석적 다리
프로이디안 ---> 고전적 ---> 현대 정신분석
치료적 다리
훈련 분석가 ---> 분석가 --->피분석자
가족적 다리
분석가 --->피분석자/부모 ---> 신동
현대 분석가들에 의한 진정한 장기 치료의 도입은 이런 종류의 관찰들을 가능하게 했고 아마도 그러한 것들의 기원이 되었을 것이다. 장기 치료에 추가된 차원은 - 295- 태도와 성격의 변화를 촉진하는 변형적 관계를 발달시킬 수 있게 하므로, 단기 심리치료로는 다룰 수조차 없는 장기적 목표들을 성취할 수 있다. 많은 의학적 임상실제와 마찬가지로, 단기 심리치료는 사실 위기중재이며, 대개는 문제해결, 증상 완화, 그리고 고통 감소 그 이상의 문제들을 다루지는 않는다. 더구나 장기 심리치료는 성격의 변화, 의식의 확장 그리고 개인의 발달을 촉진한다.
환자의 불필요한 고통, 시간과 돈을 덜어주고자 하는 것은 성취할 수 있다면 칭찬할만한 열망이다. 그러나 단편이 소설과 똑같을 수는 없으며, 단기 심리치료가 장기 치료와 똑같을 수는 없다. 그리고 단기간에 어떤 변화들이 일어날 수 있다고 해도, 다른 변화들은 보다 오래 걸린다. 예를 들면 의과생들이 시간과 돈을 절약하기 위해 오랜 의학적 훈련을 서른 번의 방문으로 축소시키자는 제안은 가당치 않을 것이며, 분명 의학적 훈련의 질을 향상시키지 못할 것이다. 프로이트(1913)는, “분석 치료 기간을 줄이려는 것은 정당한 소망이다, 그러나 불행히도 그것은 매우 중요한 요소, 즉 마음의 심층적 변화를 성취시키는 느림에 반대되는 것이다” (p. 130)라고 말하였다.
심리치료사들과 그의 환자들은 그들의 관계가 끝날 것이라는 것을 당연히 여긴다. 장기적인 치료적 관계는 그들에게 기쁨보다는 당혹스러움의 원천이 되는 것 같다. 이와 매우 대조적인 것은 다른 인간관계들이 끝날 때이다. 결혼, 가정, 우정 그리고 사랑이 깨어질 때 그것은 대개 뭔가 잘못된 것으로 인정된다. 그러나 유념해야 할 것은, 심리사회적 체계들은 생물학적 유대가 아니라 심리적 유대에 의해 결합된다는 것, 그리고 모든 기본적인 인간의 욕동들과 기질적 파생물들은 전이와 저항들과 마찬가지로 다른 모든 심리사회적 맥락 안에서 행동과 감정들을 형성하는 작용을 한다는 것이다.
때로 부득이한 외적 삶의 상황들은 가장 친한 친구들을 갈라놓거나 가족들을 떼어놓는다. 그리고 모든 게 잘되어가고 있을 때도 치료사가 죽거나 은퇴하거나 이사를 간다. 그러나 대부분의 경우 친밀한 대인 관계의 종말은 환멸, 실망, 좌절의 결과를 그리고 희망이 박살났다는 것을 나타낸다. 그리고 치료 관계들이 깨지거나 종결되는 것은 종종 유사한 이유들 때문이다. 내담자가 이상적인 정신건강상태를 획득하는 것은 고사하고, 양쪽이 다 상호 만족하면서 치료가 끝나는 경우는 드물다. 대부분은 아닐지라도 내가 본 많은 내담자들은 적어도 한번은 이전 치료사와 불만스러운 경험을 했으며, 한번 이상 종결한 경우도 드물지 않다.
최초의 방문 혹은 몇 번의 방문 후에 돌아오지 않았던 나의 환자들은 나의 성과라고 말할 수 없다. 반면에 나는 몇 년간 만난 환자들이 성숙하고 결혼하고 자녀를 낳고 직업에서 성공하고 그들의 의식을 확장하고 고통을 감소시키고 행복할 수 있는 능력을 증가시키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그들 모두가 이런 목표 전부를 획득한 것은 아니지만 그들은 모두 그중 일부를 획득하였다. 어떤 사람들은 필요가 아니라 개인의 선택으로 계속 오고 있고 이득을 얻고 있다. 그들은 자신이 원할 때 언제든지 종결할 자유가 있음을 알고 있다. 적어도 내게는 치료 기간과 치료의 깊이 간에는 대략적 상관관계가 있는 것 같다
.
내가 오십 년이 넘는 “치료” (나 자신과 다른 사람들의)로부터 배운 것이 있다면 이것이다. 개인이 치료에 무엇을 가져오는가 하는 것은 상당 부분 그가 무엇으로부터 벗어나려 하는가(저항)을 밝혀준다. 많은 부분은 당신이 치료 관계에서 무엇을 원하고 기대하는가(전이)에, 그리고 당신의 치료사가 그러한 기대들을 어떻게 충족시키고자 하고 충족시킬 수 있는가(역전이)에 달려있다. 이에 대한 유달리 강력한 사례는 오랫동안 생물정신의학지의 편집인이자 정신분석 비판자였던 정신과의사인 Joseph Wortis(1954)가 프로이트와의 넉 달간의 교훈적 분석을 기술한 데서 찾아볼 수 있다. 그는 분석하는 동안 자신이 “고집스러운 독립”(p.viii)적 태도를 유지할 수 있었다고 썼다. 프로이트는 “내게 배우러왔던 재능 있는 Wortis에 대해 누군가가 묻는다면 나는 그가 나로부터 아무것도 배우지 못했다고 말할 것이며, 모든 책임을 부인할 것이다” (Wortis, 0. 128에서 인용)라고 말했다. 이런 평가는 오히려 예언적인 것으로 판명되었는데, Wortis는 분석가가 되는 대신 평생 정신분석의 비판자가 되었으며 계속 생물학적 정신의학에 종사했다. 게다가 그는 Sakel의 정신분열증 환자의 인슐린 충격 요법을 미국에 도입한 장본인이었다.
치료사와 환자의 기대들은 심리치료란 무엇인가 그리고 치유란 무엇인가에 대한 그들의 선입견으로부터 비롯된다. 이런 선입견들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은 환자는 “병이 들었고” 치료는 본질상 의료로 간주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의학적 치료들은 일반적으로 질환을 고치는데 목적이 있으며 “치료treatment”와 “치유cure” 같은 용어들은 사람에게 적용할 때는 다른 의미를 띤다. 어떻게 한 사람이 한 사람을 치료하고 치유하는가? 그는 의사가 질환을 고치는 것과 같은 방식으로-질환을 뿌리 뽑음으로써-다른 사람을 치유한다기보다 담배 농장주가 연초를 치유하는 것처럼 다른 사람을 치유한다. 이렇게 볼 때, 심리치료는 성숙 과정으로 볼 수 있다. 그것은 미완성된 작업 그리고/혹은 보통은 가족이 했어야 할 잘못 된 복구들을 완성시킨다.
심리치료에서 무엇이 일어나는지 이해하는데 의학적 은유에 의존한다는 것은 비생산적이며 핵심에서 다소 벗어나는 것이다. 심리치료 과정을 개념화하는 데는 가정이라는 은유를 사용하는 것이 훨씬 유용한데, 심리치료는 무엇보다도 심리내적인 문제이기 때문이다. 때로 좋은 치료사는 좋은 부모처럼 행동해야 하면 때로 좋은 부모는 좋은 치료사처럼 행동해야 한다. 성공적인 치료 과정에서 환자들은 종종 자기 자녀들에게 어떻게 더 좋은 부모가 되는가를, 그리고 가족들과 친구들에게 어떻게 더 치료적이 되는가를 배운다.
아마도 “치유cure”에 대해 그토록 많이 실망하는 문제점은 사람을 치료하는 것과 “질환들des-eases”을 치료하는 것의 차이에 대한 혼란에 놓여있을 것이다. 개인은 사람들을 마치 질환들인 것처럼 취급treat해서는 안 된다. “치료treatment”라는 용어를 사람에게 적용할 때는 혼란을 일으키는데, 그것이 사람에게 적용될 때는 의학적 과정보다는 그들을 어떻게 대하고 어떤 말을 하는가에 대한 방식과 태도를 가리키기 때문이다. 개인은 다른 사람을 존중하거나(혹은 무례하게), 친절하거나(혹은 거칠게), 혹은 이해심 있게(혹은 거부하면서) 다룬다. 그것은 의학적이거나 생물학적 의미보다는 미학적이고 윤리적인 의미를 더 많이 담고 있다.
태도와 기대들이 결정적으로 변하는 것은 치료과정 중에 일어난다. 환자가 삶에는 단순히 고통과 고난으로부터 벗어나는 것 이상의 것이 있다는 것을 발견하는 과정에서 일종의 개안(開眼)이 일어난다. 벗어나기 위한 것이었던 통상적인 이유들은 행복과 깨우침에 대한 추구에 밀려난다. 환자들은 더 이상 의무적으로 치료에 오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원하기 때문에 온다. 그가 깨우침이라는 목표를 추구하는 한, 치료는 끝나야 할 필요가 없다.
여기서 보고된 관찰들은 그들에 대한 일종의 표면적 타당성을 갖는 것으로 보인다. 즉 (1) 부모들은 과거와 미래의 세대들을 이어주는 자연적인 다리이다. (2) 심리치료는 보다 유능한 부모들을 만들어내며, (3) 보다 낳은 부모 됨은 보다 건강한 자녀들을 낳는다. 이것은 -298- 심리치료가 인간의 정신에 장기적인 진화적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암시하는데, 드라마, 문화 그리고 대중 심리학 속에 정신분석적 사고가 광범위하게 보급되면서 이미 현대 문화에 침투했던 영향들을 훨씬 뛰어넘는 것이 될 것이다. 인간 게놈의 진화는 수십만 년 전에 호모 사피엔스의 출현으로 대체로 완성되었지만, 인간 정신의 진화는 겨우 시작일 뿐이다.
약간의 경고를 하는 것이 좋겠다. 이러한 자료와 추측들은 본질상 예비적인 것이며, 개연성이 높다할지라도 여전히 추가적인 임상적 관찰, 그리고 궁극적으로는 통제된 연구들에 의한 확증이 필요하다. 더구나 이런 것과 같은 관찰들은 치료이외의 요소들에 대해 민감하다(영향을 받기 쉽다). 예를 들면, 관찰들은 단지 표본 추출상의 오류로 인한 인위적 결과일 수 있다. 나의 임상실제는 특권적인 사람들, 주로 수년간의 분석 치료에 올 의지가 있고 재정적으로 머무를 수 있는 사람들로 이루어져있다고 논쟁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분석을 받던 받지 않던, 분석보다는 이런 특권적 조건들로 인해 소위 “신동”이 출현했다고 설명할 수도 있을 것이다.
질문 없고 해답 없는 의문들이 여전히 많이 남아있다. 만일 이 논문이 해답보다는 더욱 많은 의문들을 일으켰다면 발견들보다 생각들을 피력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어찌 됐든, 신동의 출현이라는 개념에 있어 여전히 매우 흥미로운 것은 그 현상의 장기적인 세대 간의 본질, 특히 분석의 이로운 영향들이 부모로부터 자녀에게로 세대에서 세대로 전해질 수 있다는 진화적 의미들이다. 프로이트(1926)가 말한 바와 같이, “원래는 병리적인 정신적 현상을 설명하려는 시도에 지나지 않았던 정신분석이 정상적인 정신적 삶의 심리학으로 발달했어야 한다고 해서 놀랄 필요는 없다” (pp. 266-267).
